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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뮨 246

오모테산도의 노천 맥주 카페

낯선 거리를 거니는 묘미는 발견에 있지 않나 싶다.

더욱이 길이 익숙하지 않은 외국의 거리를 지도를 한 손에 들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걸어다니다가, 신기한 것이 눈에 띄거나

지금 꼭 필요한 것을 발견하면 더없이 신나고 반갑다.

코뮨 246은 그렇게 내 눈에 띄었고, 또 발견한 곳이다.

오모테산도에서 가이엔마에, 아오야마 거리를 발닿는 대로 이리저리 오가다 다리도 아프고 목도 말라 한숨 쉬고 싶었을 때,

작은 커피집이 눈에 띄어 기웃거렸더니 안으로 깊숙하게 작은 가게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시간이라 한산한 감이 있었지만, 세련미가 강조되는 오모테산도에서 그렇게 다양한 가게들이 복닥복닥 모여 있는 곳은 쉬 볼 수 없으니, 옳다구나 하고 성큼 들어섰다. 저마다 개성을 뽐내듯 재미나게 꾸민 팬시한 가게에서 와인과 맥주, 각종 햄버거, 카레, 덮밥 등을 팔고 있었다. 놓여 있는 테이블과 의자도 조금은 빈틈이 있어 오히려 안심이 된다.

한국에서는 잘 팔지 않는 블루문에 눈이 번쩍 뜨여 일단 드래프트 맥주를 한 잔 주문. 맥주 잔에 끼워 준 오렌지가 조금 생소했지만 그래도 풍부한 크림과 함께 한 모금 넘기자, 칼칼했던 목이 뚫리고 긴장했던 몸이 풀어지는 기분이다. 두 모금쯤 넘길 때, 주문했던 치킨 테리야키 덮밥을 가게 아가씨가 자리로 가져다 주었다. 하얀 쌀밥 위에 치킨이 몇 점, 종이팩에 정갈하게 담겨 있다. 한국 같으면 여기에 김치도 국물도 따라 나오겠지만, 일본에서는 음, 샐러드가 따라 나온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 테리야키의 달달한 맛과 어우러져 블루문이 더욱 잘 넘어간다.

어둑어둑해지자 손님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기둥처럼 솟아 있는 가스 난로에도 불이 들어왔다.

노천이라 추울까 했는데, 가스 난로의 화력이 의외로 상당하다. 훈훈해진 공기에 재즈풍의 나직한 음악 소리까지 겹쳐, 잠이 올 것처럼 나른해진다.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고 또 질서를 외치는 탓에 때로 답답해지는 도쿄에서, 조금은 허술하고 조금은 어지러워서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시원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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